파괴적이지 않은 ‘이노베이션’으로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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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업이 자사 생존을 위한 이노베이션 담당부서를 설치하고 있으며 담당자는 새삼 ‘도대체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곤 한다. 아이팟, 에어비앤비, 페이스북이 이노베이션의 사례로 언급될 때가 많은데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런 서비스에 필적할만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팟, 에어비앤비, 페이스북처럼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이노베이션일까?

지금까지 이노베이션은 주로 ‘기술 혁신’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제 많은 전문가들이 이노베이션을 ‘새로운 가치의 창출’로 정의하고 있다. 예전에는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최첨단 기술을 제품에 도입한다는 접근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사회 과제에 대해 어떤 접근이나 솔루션을 제공할지로 접근하곤 한다. 사람들의 구매 욕구도 단순히 고사양 제품에 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을지로 향하고 있다.

아이팟은 음악을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었고 에어비앤비는 호텔 이외의 새로운 숙박처를 사회에 제안했다. 이런 서비스는 업계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어엎은 파괴적인 이노베이션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이노베이션의 한 면에 불과하다.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는 파괴적이지 않으면서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이노베이션 사례를 소개한다.

LG의 롤업 TV

LG의 롤업 TV(LG Signature OLED TV)는 지난 CES 2019에서 소개되어 화제가 된 제품이다. 이 제품은 ‘TV란 고정되어 있는 전자제품’이라는 기존 개념을 바꿨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화면을 롤업시켜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화면을 일부만 롤업시켜서 뉴스나 일기예보만 표시되도록 해놓을 수도 있다. LG의 프로모션 동영상을 보면 ‘TV는 필요한 때만 꺼내놓는 것’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심어준다.

고프로

고프로는 카메라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사회에 제안한 사례의 하나다. 고프로는 카메라의 동영상 품질을 서서히 높여나가고 있지만 제품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그다지 특별한 기술을 탑재한 건 아니었다. 독특한 어안 렌즈를 이용해 사용자가 보는 세상을 거의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다. 고프로는 액션 카메라로 판매되고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소셜 공유가 간단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전까지의 비디오 카메라는 화질 퀄리티에 주력했고 동영상 파일이 너무 무거워 컴퓨터로 옮기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에 비해 고프로는 스마트폰과 간단히 연동하여 곧바로 영상을 만들거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다. 고프로는 비디오 카메라의 가치를 ‘자신이 본 세상을 그대로 공유한다’는 것으로 새롭게 제안한다.

스타벅스 앱

미국에서 2011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모바일 상에서 지불이나 사전주문을 가능하게 했다. 이 앱은 유저가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제품을 픽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다. 스타벅스는 많은 소비자에게 있어 커피를 구입한다는 행동이 회사를 나오기 전의 루틴이 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을 것이다. 또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빠른 커피 픽업 자체뿐 아니라 앱의 UI에서도 작은 이노베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앱에서 주문 메뉴를 탭해보면 주요 메뉴보다 지금까지 구입한 메뉴 히스토리가 강조되어 있다. 많은 메뉴 선택지가 있더라도 유저가 결국 같은 제품을 반복해서 주문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상품 구입까지의 단계에 작은 이노베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Wello

Wello는 인도의 미개발지역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물을 이용하는 데 이노베이션을 일으킨 물탱크다.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주력하는 디자인회사 Catapult Design이 최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Wello가 등장하기 전에는 인도 미개발지역의 여성이나 아이가 하루 중 최소 4분의 1의 시간을 물을 길어오는 데 보내고 있었다. 물을 항아리에 담아 머리에 이거나 옆구리에 안거나 하여 하루에 몇 번이나 운반했다. 하지만 Wello는 물탱크 자체가 타이어처럼 되어 있어서 핸들을 쥐고 굴리면 되고 한 번에 45리터의 물을 운반할 수 있다. Wello는 특별히 어려운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이용자의 생활을 잘 관찰하여 깨끗한 물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안한 것이다.

Nurx

Nurx는 피임약 온라인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스타트업이다. 많은 매체에서 2019년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으로 꼽았다. 지금까지 피임약이라고 하면 매달 산부인과나 약국을 방문해야 하고 또 깜빡해서 여분이 없는 일도 생기곤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Nurx의 서비스는 매달 자동으로 피임약을 유저에게 보내주므로 염려가 없다. 온라인에서 신청할 수 있으므로 피임약 이용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진입장벽도 낮추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있는 사람은 의사에게 메시지 또는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도 겸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에이즈감염 예방약 구독 서비스도준비를 시작했다. Nurx는 성생활과 관련된 건강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가치를 원격 서비스라는 형태로 제안하고 있다.

Fortified Bicycle

Fortified Bicycle이 제공하는 것은 ‘도난 당할 염려가 없는 자전거’다. 미국에서 자전거 도난 문제는 심각하다. 자전거 몸체는 고정되어 있어도 타이어나 라이트 같은 부품은 착탈되므로 이를 도난당하는 일이 많아 고가의 자전거는 사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Fortified Bicycle은 특수열쇠 없이는 분리할 수 없는 나사를 자전거에 채용하고 있어 타이어나 라이트 등을 마음대로 떼낼 수 없다. 동사는 도난당하기 힘든 U형 락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Fortified Bicycle은 자전거란 쉽게 도난당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난당하지 않는 자전거’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다.

Yubikey
스웨덴 스타트업인 Yubico는 컴퓨터나 모바일용 열쇠 ‘Yubikey’를 개발하고 있다. 동사가 제안하는 것은 패스워드를 기억할 필요 없는 새로운 시큐리티 락의 존재다. 지금까지 맥이나 윈도우즈 등의 기기나 지메일, 페이스북, 깃허브 등의 서비스의 로그인에는 패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Yubikey를 USB 포트에 꽂아 로그인할 때 탭하면 패스워드 없이 로그인이 가능하다. 또 Yubikey는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에도 대응한다. Yubico는 스웨덴 기업이지만 애플이나 구글 등 파트너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했다는 점에서 개발은 실리콘밸리에서 했다고 한다. Yubikey는 패스워드를 잊어 헬프데스크 연락이 많아지는 사용자들의 좌절에 주목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OKINO

OKINO는 서핑과 요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레깅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OKINO 창업자는 자기 자신이 서핑과 요가를 모두 즐기는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매우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두 가지 활동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레깅스 개발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OKINO의 레깅스는 빨리 건조되는 소재, 모래가 들어가기 어려운 발목 구조, 움직이기 쉽도록 되어 있는 재단 등이 특징이다. 또 바다 안에서 물건이 없어지지 않도록 레킹스의 안쪽에 주머니와 키홀더도 있다.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다가 그대로 요가를 하려 가는 새로운 습관을 OKINO는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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