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적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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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인사이트가 재미있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이 너무 비대해진 게 아니냐?‘에 대한 것이다.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2018년 미국 스타트업의 메가라운드(자금 조달액이 1억 달러 이상의 증자) 건수는 2016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해 스타트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스타트업을 비대하게 만드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CB인사이트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붐이 실태에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자금 조달액과 매각시 평가액, 주가 실적 등을 분석했다. 이것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상황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내용이 될 것이다.

헷지 펀드나 정부 펀드, 투자신탁 운용사 등 다양한 유형의 투자가가 거액의 자금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프트뱅크그룹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이러한 뉴노멀을 몸소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운용 자산이 1,000억 달러 이상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부동산(미국 WeWork, OpenDoor Labs)이나 보험(미국 Lemonade)부터 바이오 기술(미국 Zymerge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게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 한국의 쿠팡에게도 2조억 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 투자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소프트뱅크가 Uber에게 제공한 상장 전 투자액은 무려 77억 달러에 달했다.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하게 되면서 메가라운드는 거의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한편, 기존의 VC 투자도 점점 대형화되어 ‘풍부한 자금’과 ‘윤택한 자금 공급을 받은 스타트업’이라는 이 사이클에 자금을 붓고 있다. 대형 VC인 세콰이어캐피탈,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 액셀 등은 모두 최근 1년 동안 자사 최대의 운용 자산 20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세콰이어캐피탈의 운용 자산 80억 달러라는 새로운 펀드는 이전의 최대 펀드보다 4배나 큰 운용 자산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의 투자 붐이 현 실태와 맞을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CB인사이트의 데이터를 살펴보고자 한다. CB인사이트가 2013년 이후에 IPO(신규주식공개)나 대기업으로 매각이라는 엑싯을 한 미국 기술기업 중 엑싯 시점에서의 평가액이 1억 달러 이상이었던 기업 500개사를 분석했다. VC로부터의 조달액이 1억 달러 미만이었던 기업과 1억 달러 이상이었던 기업을 나눠, 매각시의 평가액이나 IPO 시 또는 직후 주가 실적을 비교했다.

CB인사이트는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 조달액이 많았던 기업은 조달액이 적었던 기업보다 상장 후 주가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 현재 조달액이 많았던 기업의 대부분은 장기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 엑싯 시 평가액이나 시가 총액이 컸던 기업에는 VC로부터의 조달액이 1억 달러 미만이었던 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 미공개 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일반화되고 과도해지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가로부터 거액 출자를 받은 기업의 리턴은 적어지고 있다.
– 많은 출자를 받고 상장 후에도 성공적인 미국 페이스북과 같은 예외적 사례는 큰 주목을 모으는 경향이 있다.

각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분석 내용을 살펴보자.

자금 조달은 어떻게 장기적인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까?

실리콘밸리에는 조달액이 비교적 적은 기업에 얽힌 많은 성공스토리가 있다. 채팅 앱인 WhatsApp,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Veeva Systems, 웨어러블 단말기로 유명한 Fitbit, 이비즈니스 기업인 Chewy, 서모스탯 제조사인 Nest Labs, 시큐리티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Palo Alto Networks, 네트워크 기기 업체인 Arista Networks 등은 이비즈니스 기업인 Jet.com이나 통신 인프라 회사인 Zayo Group Holdings에 비하면 조달액이 매우 적지만 훨씬 높은 평가액으로 엑싯을 했다.

CB인사이트는 이 2종류 기업 실적의 장기 전망치를 확보하기 위해, 각 회사를 누계 조달액이 1억 달러 미만인 ‘조달액이 적은 그룹’과 1억 달러 이상인 ‘조달액이 많은 그룹’으로 나눈 후 각 그룹의 단기와 장기의 주가 실적을 분석했다.

조달액이 적은 그룹의 주가 성장은 대체로 조달액이 많은 그룹을 웃돌았다. 조달액이 적은 그룹의 상장 후 주가 상장률의 중앙치는 263%에 달했지만, 많은 그룹은 64%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조달액이 많은 기업 중 엣싯을 할 때 평가액이 가장 높았던 11개사 중 6개사는 시가 총액이 상장 때보다 줄어들었다. 이 6개사는 사진이나 동영상 공유 앱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Snap, 쿠폰 공동구입 사이트를 운영하는 Groupon, 클라우드 데이터 보관 및 공유 서비스를 하는 Dropbox, 게임 회사인 Zynga, 온라인 융자 중개사인 Lending Club, 주택 리폼용 융자 회사인 GreenSky다. 시가 총액이 증가한 회사라 하더라도 성장이 제한적이다. Twitter와 Zayo의 상승률은 100%가 안 되고 전자서명 업체인 DocuSign도 약간의 상승에 머물렀다.

한편, 조달액이 적었던 기업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조달액이 1억 달러 미만이었던 회사에서 상장시 평가액이 가장 높았던 9개사 중 6개사는 시가 총액이 상장시의 3배가 되었다. Veeva Systems, Palo Alto Networks, 업무 지원 크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erviceNow,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업인 TableauSoftware,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Splunk, 무선통신기기 회사인 Ubiquiti Networks가 그렇다. 특히 ServiceNow의 시가총액은 약 1,900%, Ubiquiti Networks는 약 800%나 증가했다.

조달액이 적은 기업도 엑싯할 때는 분발한 편…

조달액이 많았던 기업이 엑싯할 때도 평가액이 높다고 가정한다면, 기술기업의 엑싯 평가액 랭킹은 수억 달러를 조달한 기업으로만 채워져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엑싯을 한 평가액 상위 50개사 중 32%가 조달액 1억 달러 이하의 기업이었다.

이 중에는 조달액이 불과 400만 달러였지만 상장시 시가 총액은 44억 달러가 된 Veeva Systems 등이 있다. 이 회사의 최대 투자사의 투자 리턴은 300배나 됐었다. 페이스북에 220억 달러에 인수된 WhatsApp도 이 그룹에 속한다. 페이스북이 WhatsApp의 인수에 들인 금액은 VC 출자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당시 최대였지만 WhatsApp이 조달했던 금액은 6,000만 달러밖에 안 되었었다.

그래도 상장시 시가 총액이 최대급이었던 기업의 대부분은 조달액이 많은 그룹에 속한다. 페이스북은 그 대표적 예이다.

엑싯 시 평가액이 많았던 기업의 리턴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VC만이 아니다. 운용자금 1,000억 달러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나 사우디아라비아의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 등의 정부 펀드, 미국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같은 투자가, 미국 골드만삭스 등의 은행도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후발 투자 조직은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도 몇 년 전의 투자에서 거액의 리턴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투자액이 많았기 때문에 엑싯 시 평가액이 유래 없을 정도로 높지만 리턴은 그렇지도 않다.

기업이 투자가에게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주주에 대한 가치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과 엑싯 평가액의 비율이다. 이것은 그 기업의 투자 효율을 나타낸다.

조달액이 적지만 엑싯 평가액이 높은 경우에는 투자 효율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WhatsApp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Atlassian 등이 이러한 기업의 예이다. 한편, Snap이나 빅데이터 분석 처리 기업인 Cloudera 등 효율이 낮은 기업은 조달액은 많았지만 리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 스타트업은 놀랄 정도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엑싯 시의 평가액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엑싯 시의 투자 효율은 비교적 높았던 2013~2014년 이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 비율은 2013년 이후 엑싯 평가액이 1억~10억 달러 이상인 모든 그룹에서 떨어졌는데 그 중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엑싯 평가액이 가장 높은 그룹이다. 엑싯 평가액이 5억~10억 달러로 중간 규모의 그룹이 엑싯 평가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그룹보다 효율이 높다. 2018년 중간 그룹의 평균 리턴은 8.9배로 2013년의 9.7배보다 약간 낫다.

한편 엑싯 평가액이 10억 달러 이상이었던 그룹의 같은 시기 평균 리턴은 16.1배에서 6.9배가 되어 불과 6년만에 57%나 떨어졌다.

스타트업에 대한 과잉 투자는 확실한 듯

VC나 자산운용 담당자, 스타트업 창업가는 조달액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초래한 깜짝 놀랄만한 리턴을 예로 들면서 많은 조달액에 대해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분석에서는 조달액에 비해 리턴이 적은 매각 건이나 VC로부터 수억 달러를 조달했지만 상장 후 주가는 미흡한 기업의 예는 간과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특출난 사례는 빛이 나지만 실패 사례는 간과되는 것이다.

CB인사이트의 조사 보고를 보면, 페이스북 같은 예외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과도한 출자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석유/천연가스 회사인 SandRidge Energy(상장시 시가 총액은 36억 달러, 조달액 8억7,000달러), GreenSky(43억 달러, 6억1,000만 달러), Zayo(45억 달러, 8억2,500만 달러) 등은 그 예이다.

게다가 이러한 과도한 투자는 점차 증가 추세다. 2018년에 대형 엑싯을 한 기업 중 조달액이 2억 달러 이상이었던 기업은 12개사였지만 2017년에는 7개사, 2013년에는 3개사였다.

현재의 문제는 최근 10년 동안 기술 업계에 연이은 폭발적인 리턴을 노리고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하는 투자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도 이 분야에 전무할 정도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렇게 스타트업이 조달 자금을 평가액의 상승으로 연결할 수 없게 될 조짐이 분명해지고 있다. 조달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메가라운드 열기는 재고가 필요하다.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이제 대형 엑싯의 방정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개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성공이라는 면에서도 명백하게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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